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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을 1,000시간 넘게 하고 얻은 것 (로지텍G29, 아세토 코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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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는 이유 2024. 7. 2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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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D-Lux7

 

어릴 때부터 나는 자동차를 좋아했다.

 

사람의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이 5살부터라고 하던가,

5살 때 비오는 날 시동이 꺼진 차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얼른 어른이 되서 운전을 해야지 라는 다짐을 한 게 기억이 난다.

 

이렇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당연히 성장과정에서 수 많은 자동차 장난감들과

장난감 게임 속에서 함께  자랐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전역을 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정확히는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쯤,

 

어릴 적 가지고 놀곤 했던 레이싱휠을 웹서핑 중 우연히 보게 되었다.

요즘 레이싱 휠은 많이 발전했을까?

그리고 게임들도 많이 발전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으로 수많은 후기와 게임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 날 레이싱휠 구매를 결정했다.

당시 무난한 입문용 레이싱 휠인 로지텍 G29휠 세트를 가지고 왔다.

#Leica D-lux7

 

박스를 뜯고, 미리 다운로드하여놨던 레이싱 게임을 실행하고,

레이싱 휠을 엑셀페달과 함께 밟아보았다.

 

코너만 나오면 차가 스핀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 운전도 잘하는데 왜 이러지? '

'게임이라 현실성이 없는 건가?'

 

하지만, 이미 최신 레이싱게임들은

'레이싱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릴 만큼

정교하고 현실을 최대한 고증한 물리엔진이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내 손과 발이었다.

정확히는 경험 부족이겠지만.

 

일반 공도에서 운전하듯이 타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운전을 하면 평온함은 느낄 수 있으나

'스릴'이 없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가 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게임 내 가장 느린 차였던 '아우디 S1'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코너에서의 물리현상,

자동차의 무게 중심,

구동축별 특성,

트레일 브레이킹 등 

 

해외 포럼 등을 참고해 가며

날마다 발전해 나갔다.

 

내 첫 목표는 분명했다.

자동차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의 서킷인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스핀이나 크러쉬 없이 완주하는 것.

 

그렇게 거의 1주 간을 밤새워 가며 연습을 했을때,

드디어, 차를 망가뜨리지 않고 첫 랩을 온전히 돌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내 실력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 세그먼트씩 올려가며 여러 차종들의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레이싱 게임을 한지는 8년이 다 되어가고,

레이싱 게임 플레이 타임은 합치면 1,100시간 정도 한 것 같다.

 

약 1,000시간은 7년 동안 쌓은 시간이고,

최근 1년 간은 일이 바빠서 많이 하지는 못했다.

#Leica D-lux7

 

 

이제 레이싱 게임을 1,000시간 넘게 하면서

내가 느낀 점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내가 레이싱 게임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는

'운전 자체의 즐거움'과 '성취감'이다.

 

비록 가상이지만,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하면

차를 컨트롤할 때 손과 몸에 상당한 땀이 날 만큼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런 환경이 나를 몰입의 상태로 이끌고,

그 상태에서 나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얻게 된다.

 

두 번째로는 성취감을 얻는다.

다른 유저들과 레이싱을 한다면, 내가 목표로 하는 순위 안에 들었을 때.

혼자 플레이를 한다면, 동일 차종으로 동일 트랙에서 나의 과거 기록을 깼을 때,

성취감이 생긴다.

 

과거에는 아이패드에 나의 랩타임을 일일이 기록하곤 했는데,

지금은 소프트웨어 상에서 자동으로 게더링을 해준다.

 

나는 8년이나 플레이했기 때문에, 요즘은 가끔 플레이할 때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빠르게 달릴 수 없을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 나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에 좋은 감정이 올라온다.

마치 우리의 삶에서 해낼 수 없을 줄 알았던 일을 덜컥해냈을 때와

같은 감정이 말이다.

 

나는 요즘 주로 혼자 플레이를 한다.

아니 전적으로 혼자 플레이를 한다.

 

일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만큼 일에 쏟아지는 에너지가 많다 보니,

 

예전만큼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기보단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며 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랩타임 갱신보단,

음악을 크게 들으며 안전한 와인딩(?)을 주로 즐긴다.

 

위스키를 한 잔 들이켜고, 플레이하면

이것도 음주운전인가? 하는 애매모한 생각이 들곤 한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인데,

레이싱 게임을 1,000시간 넘게 하다 보니

운전 실력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나는 항상 '운전 실력'이라는 것을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시내에서의 안전 운행 능력' 그리고 '서킷이나 와인딩에서의 테크니컬 한 운전 실력'

 

전자는 원래도 내가 가지고 있던 습관이었다.

신호, 안전거리 잘 지키고, 항상 방어운전 하는 것.

 

다만, 후자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일상 운전이야 누구나 잘할 수 있지만,

 

와인딩이나 서킷에서의 운전은 차에 대한 감각과 

몸의 경험을 요한다.

 

레이싱 게임을 한 700시간 할 때까지는 

크게 와인딩을 해본 적이 없다.

 

와인딩이라고 해봐야,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그런 과격한 운전은 아니고,

그저 한적한 산길 코너에서 속도를 조금 더 내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항상 안전 마진을 20% 남기고 운전한다.)

 

어쨌든, 그때 처음으로 한적한 산길에 들어서서

나의 감각을 살려 운전을 해보았는데,

 

정말로 한 90%는 레이싱 게임에서 연습한 라인과

차의 거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해외에서 후륜 카마로를 빌려 공터에서 카운터 스티어링도 테스트해보았는데,

레이싱 게임에서의 카운터 감각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때 든 생각은,

"비록 게임이지만 내가 투자한 시간들이 

그냥 가상 데이터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구나"였다.

 

아주 뛰어난 실력은 아니겠지만,

지금 정도의 운전 감각을 가질 만큼 실제 차로 연습했다면,

초반에 위험한 순간들이 매우 많이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리스크와 비용을 매우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레이싱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실제 '운전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다.

 

운전을 하다 보면, 비가 오는 날 혹은 도로가 얼어붙은 겨울에

갑작스러운 차의 거동이 생길 수가 있다.

 

이때,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은 자동으로 그에 맞게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를 이용해 대처를 한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즉, 꼭 과격한 운전을 할 때뿐만 아니라

운전 중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을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늘 이렇게 나의 레이싱 게임 히스토리를 공유해 보았는데,

나름 메이저 하지 않은 취미이다 보니,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끝이 없고 또 매력이 느껴지는 게

레이싱 게임 그리고 운전인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좋은 취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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